생각의 틀을 짜다 2

2025. 3. 4. 05:32심리학

'물활론'은 생명이 없는 사물이 살아 있고, 움직일 수 있으며, 생각과 감정이 있고 함께 대화할 수 있다고 믿는 사고입니다. 식탁에 머리를 부딪힌 아이는 식탁을 야단치며 '맴매'를 해주는 엄마의 너스레에 울음을 멈추고, 애착 인형을 자기 동생이나 친구처럼 대하고, 신발과 옷, 꽃과 나무에 말을 걸지요. 밤이 되면 해님이 숨었다고 생각하고, 자동차를 타고 갈 때는 달이 따라온다고 믿습니다. 어쩐지 낯설지 않은 장면들이지요? 우리가 그림책에서 만나는 많은 이야기들이 이런 '물활론적' 사고를 담고 있으며, 사람처럼 의인화된 무생물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노란 풍선』의 주인공 아이는 달처럼 노란 풍선을 소중히 여깁니다. 그 풍선은 아이가 길에서 받은 것인데 자꾸만 둥둥 떠서 날아가려고 해요. '전 조작기'의 아이들은 특히 이렇게 움직이는 것을 '살아 있다'라고 느낍니다. 다행히 엄마가 풍선에 숟가락을 매 주자, 풍선은 떠 있는데도 날아가지 않습니다. 아이는 같이 놀자며 마당으로 나가서 노란 풍선에게 예쁜 꽃을 따주고, 나뭇잎 머리띠를 만들어주고, 소꿉놀이하며 맛있다고 먹어보라고도 합니다. 아이가 노란 풍선을 대하는 모습은 마치 소중한 단짝 친구와 노는 것 같아요. 아이의 모습과 행동 하나하나 가 너무나 실제 아이 같아서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그림책입니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요즘 아이들은 100여 년 전에 '피아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확실히 더 이른 나이에 생물과 무생물의 차이를 이해하기도 하고 자기중심적 사고를 탈피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부모가 이런 발달 심리 개념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언뜻 드러나는 아이의 행동을 이론적 틀에 적용해서 바라보면 의미 있게 생각하게 되고, 계속 관찰하며 집중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아이가 지닌 더 많은 세계와 만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개념의 발달" 인지를 가장 쉬운 말로 표현하면 무엇일까요? 바로 "앞"입니다. 인지 발달이 일어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더 넓은 세계를 알게 된다는 것이며, 세상을 이루고 있는 많은 것들에 대한 '개념'을 가지게 된다는 뜻입니다. 개념이란 어떤 사물이나 사건의 성질, 특징의 공통점을 토대로 해서 얻는 추상적인 생각이에요. 개념은 직접, 간접경험이 쌓이면서 생겨나고, 그렇게 해서 생긴 개념들은 세상을 이해하는 틀이자 행동을 위한 준거가 됩니다. 이를테면, 골목길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자동차를 보고 깜짝 놀랐던 경험이 있는 아이는 '자동차는 위험하다'라고 생각하며 조심하고 피할 수 있게 됩니다. 『구멍을 파는 것』이라는 책은 거의 70여 년 전에 출간된 고전 그림책으로, '모리스 샌닥'이 20대 초반에 그린 삽화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책을 펼치면, 마치 아이들이 만든 낱말 사전처럼 여러 낱말의 정의가 내려져 있어요. '구멍은 파는 것' '발가락은 꼼지락거리는 것' '조약돌은 모아서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것' '산은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것' '책은 들여다보는 것' 등과 같은 재미있고 신선한 정의들은 각 대상에 대해 아이들이 가진 '개념'입니다. 이 작은 그림책을 통해서 아이들의 자유로운 시선, 단순 명료한 사고, 열린 세계관과 마주할 수 있답니다. 이렇게 유아기에 발달하는 개념들을 큰 범주로 묶어보면 학습과 관련된 주요 개념들이 눈에 띕니다. 바로 수 공간, 시간, 생물 개념인데요, 이 네 가지를 간략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수 개념" 수 개념은 둘 중 어느 쪽이 더 많고 어느 쪽이 더 적은 지 수량을 직관적으로 아는 '수량 변별'이 가장 먼저 발달하고, 그다음으로 하나와 하나를 짝짓는 '일대일 대응'이 발달합니다(예를 들어, 요구르트병에 빨대를 하나씩 꽂기). 수 세기는 기억한 후 이름을 줄줄 암송할 뿐인 '기계적 수 세기'가 먼저 발달하고, 점차 사물과 수를 일대일로 대응하며 순서대로 수를 세어 마지막 수가 총개수임을 아는 '합리적 수 세기'로 발전하고요. 『한 마리 여우』에는 '숫자로 만든 스릴러 그림책'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습니다. 부제만 읽고도 뭔가 흥미진진하고 두근두근합니다. 배고픈 여우 한 마리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통통한 암탉 세 마리를 노려보며 이야기가 시작되고, 숫자가 늘어갈수록 여우는 점점 더 닭장에 가까워집니다. 여우는 과연 암탉을 잡아먹을 수 있을까요? 마지막에 드러나는 반전과 유머에 아이들은 "또!"를 외치지 않을 수 없을 거예요. 그렇게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수 세 기를 익히고 숫자를 이미지나 이야기와 함께 기억하게 됩니다. "공간 개념" 공간 개념은 주변 사물들의 형태를 알고, 우리가 살아가는 3차 원 세계 안에서 나와 사물 사이 또는 사물과 사물 사이의 거리, 분리, 위치, 방향 등을 이해하는 것을 말합니다. 먼저, '형태' 인식은 말을 시작한 아이가 '빠방'을 그려달라고 하고 '야옹이'를 그려 달라고 할 때부터 빠르게 자라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아이는 저마다 변치 않는 모양이 있음을 깨닫고, 점차 기초 도형을 익히면서 일상에서 그것과 닮은 형태를 변별할 수 있게 됩니다. 『알록달록 동물원』에는 장면마다 원, 세모, 네모 같은 도형 형태로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책장을 넘기면 그 도형들이 서로 겹쳐지면서 사자, 생쥐, 여우 같은 다양한 동물 모양을 만들어내지요. 창의적이고 신기한 구성이 아이의 주의를 사로잡으며 기초 도형과 시각적, 언어적으로 친숙하게 해 줍니다. '거리'는 가깝고 먼 것에 대한 인식이고, '분리'는 붙어 있는지 떨어져 있는지를 아는 것부터 더 나아가 부분과 전체에 대한 인식으로 확장됩니다. 이 두 공간 개념을 토대로 앞, 뒤, 다음, 사이 같은 '위치'에 대한 이해가 생겨요. 열려 있고 닫혀 있는 것을 아는 '개폐' 개념은 안과 밖을 이해하는 데 기초가 됩니다. 이상의 공간 개념들은 6~7세쯤이면 거의 획득되며 아이가 일상의 활동에서 공간적 사고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영향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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